1/3 학기를 지나며 In NEW YORK (2011~)

지난 2년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한국에서 대학교땐 공부를 거의 안했고, 고등학교때는 그저 단순암기 위주로, 주변에서 좋은 대학 가야한다고 하니까 아무 목적의식 없이 수동적으로 공부했다면, 지금은 정말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공부한다. 일단, 영어가 딸리니까 미국 학생들보다 더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거기다 과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문과 출신이 영어로 화학, neuroscience를 이해하려니 정말 두뇌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분이다. 첫 1년간은 대부분 심리학 과목을 들었는데 시험이 암기 위주인데다가 워낙 관심이 많아서 쉽게 A+를 받았다. 그런데 physical anthropology와 neuroscience를 수강하면서 유전학, 뇌과학 등에 꽂혀서 과학 분야의 첫걸음인 화학부터 듣기 시작한게 1년전. 처음엔 한번 재미로 시도해보고 못하면 포기하리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지금 그 어렵다는 orgo를 공부하고 있으니 솔직히 매 순간 신기할 따름이다. 생전 한번도 실험 안해본 내가 일반화학실험수업에서 엄청 고생 끝에 A를 받고 나니 지금 orgo lab은 오히려 쉬운 느낌이다. 문제는 내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거. 그동안 계속 A, A+만 받아서 이젠 왠지 B 받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 사실 A받았다고 좋은 과학자가 되는건 아닌데. 아무튼 중요한건, 과학이 재밌다는 거. 약간 게임같다. 점점 수준이 높아질수록 게임의 규칙이 더 복잡해진다.

오늘 psychopharmacology 첫 시험 최종 성적이 나왔는데 98점으로 반에서 최고 성적을 받았다. 솔직히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놀랍지는 않다. 문제가 쉬워서 다들 잘 볼 줄 알았는데 평균이 76점이라니, 내가 암기에 강하긴 한가보다. 이 과목은 neuroscience 들은 다음에 듣는 과목이고, 내가 좋아하는 같은 교수님이 가르쳐서 강의 녹음한 거 틈나는 대로 듣고 거의 모든 걸 달달 외웠다. 약이름까지 다 외웠는데 정작 약에 대한 문제가 안나와서 Mad. 나중에 교수님한테 물어봤더니 걱정말라고 나중에 관련 아티클 읽을 때 약에 대해서 알면 도움이 될거란다. 객관식, 주관식 비율이 50:50인데 영어로 설명을 해야하는 주관식 때문에 biology를 포기해야했던 아픈 경험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이번엔 주관식도 잘봐서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에 다시 biology 재수강할 때는 주관식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를. 

지난 금요일에 본 orgo 시험결과는 예측 불가능이다. 워낙 헷갈리는 문제들이 많아서 70점 나오면 좋고, 50점 나와도 놀랍지 않을 정도. 

어젠 한달전에 면접 본 정형외과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일 시작할 수 있냐고. 그래서 오늘 첫 출근해서 1시간 반 정도 일하고 학교갔다. 일은 쉬운 편. 한국 환자한테 전화해서 예약 확인하고 택시 회사(?)에 환자 교통편 예약한게 전부. 다음주 월요일엔 6시간 근무 예정인데, 좀 더 다양한 일을 하게 되기를. Red flag: 의사 이름으로 구글 검색했더니 리뷰가 달랑 2개인데 하나는 별 하나짜리, 다른 하나는 의사 본인이 별 다섯개 준 거다. 세상에;;;;; 아직 이 의사 만난 적이 없는데, 기대하지 말아야겠다는 느낌이 든다. 환자가 너무 없어서 한국 환자들을 받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미국인 닥터스 오피스에서 처음으로 일하는거라, 예전에 같이 일했던 한국 의사나 지금 학원(사장이 중국인, 직원들이 대부분 아시안)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덧글

  • es 2018/10/14 21:36 # 답글

    공부하는 과목들이 다 진짜 문과생에게는 역대급으로 생소한 것들이네.
    그런데도 그걸 잘 하는 이과생이 되었다니 정말 대단하다
    나는 visual anthropology엔 관심이 있는데 약간 연관이 있으려나 여튼 이런 공부를 해서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해져 ^^
    뭘 하든 새롭고 멋진 걸 할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새로 하게 된 일도 보람있길.
  • es 2018/10/14 22:47 # 삭제 답글

    그리고 얼마 전에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란 영화를 봤는데 효진 생각이 났어. 분관이 엄청 많던데 한인타운에 분관 있으면 거기서 일해도 잘 어울릴 듯 (비엔나의 일본친구가 일본에서 사서로 일하다 유학와서는 학교 일본학도서관 사서가 되었는데 좋아보였어) 심리학으로 완전히 새로운 걸 할 것 같긴 해도 말야^^
  • wony 2018/11/07 10:30 # 삭제 답글

    진짜 너무 생소하다. 모르겠어.
    대견하다. 효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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